
일본의 저금리 정책과 ‘잃어버린 30년’
일본의 저금리 일본 낮은 금리에도 버틸수 있는이유?
(부재 잃어버린 30년 – 플라자 합의)
일본 장기 초저금리 정책과 ‘잃어버린 30년’ 심층 분석
서론: 일본 초저금리의 미스터리와 중요성
일본은 1990년대 초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으며, 공식 정책금리는 1994년 이래 줄곧 1% 이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 그 결과 일본 경제는 흔히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린 1990년대를 시작으로 2000년대, 2010년대까지 30년에 걸친 장기 침체를 겪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고, 경제성장률은 선진국 가운데 최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본 분석에서는 일본이 이렇게 낮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과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촉발된 거품 경제 및 붕괴, 그 이후 이어진 잃어버린 30년의 전개과정을 살펴봅니다.
또한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효과, 일본 경제의 부채 구조 및 향후 금리 인상 시나리오의 영향, 그리고 한국·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투자 시사점을 분석합니다.
1. 일본 저금리의 유지 배경: 정책과 구조적 요인
일본이 수십 년간 초저금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경제·금융 구조적 특징과 정책적 판단이 자리합니다. 가장 큰 요인은 1990년대 이후 지속된 디플레이션 압력입니다. 거품 붕괴 후 수요 부진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고착되자, 일본은행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극단적으로 인하했습니다.
물가가 계속 하락하면 현금을 보유하는 편이 이득이므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제로금리 정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실제로 일본은 1999년 세계 최초로 정책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추는 **제로금리 정책(ZIRP)**을 도입했고, 이후로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장기 초저금리를 유지해왔습니다 .
또 다른 구조적 배경은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입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나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렸습니다. 노년층은 소비보다 저축 성향이 높아지는데, 이는 과잉저축으로 이어져 금리 하락 압력을 키웠습니다 .
수요 부족과 낮은 성장 기대 속에서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게 유지하여 그나마 성장을 도모하려 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약 29%로 매우 높아 내수 활력이 떨어지며, 잠재성장률도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 이러한 구조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낮은 금리가 불가피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낮은 금리로 기업 투자 비용을 줄이고 소비를 자극함으로써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던 것입니다 .
이와 함께 일본의 경제·금융 시스템도 초저금리 유지를 가능케 했습니다. 일본 국채의 대부분을 국내 투자자들이 소화해 주었고, 높은 국내 저축률 덕분에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쌓으면서도 금리가 급등하지 않았습니다 .
국민 연금, 보험회사, 은행 등 국내 기관들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국채를 꾸준히 매입했고,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해외자산도 많아 외국자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적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일본 정부 부채의 약 70%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거나 국내 금융기관이 들고 있어, 국채 금리가 해외 요인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 이러한 구조는 일본이 낮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정책 측면에서는,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통화완화 기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금리 인상은커녕 추가 완화 조치를 단행하며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게 압박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대 아베 노믹스 하에서 일본은행은 2% 물가상승을 목표로 전례 없는 규모의 **양적완화(QE)**와 국채 매입을 실시했고,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여 시중 금리를 끌어내렸습니다 .
전 세계적으로도 2000년대 후반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 대응으로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리 수준이 하락한 점도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 다시 말해 일본만 금리를 높게 가져갈 경우 엔화 가치 급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기 때문에, 글로벌 저금리 환경에서 일본도 금리를 낮게 유지할 유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를 억누르고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해 왔고 , 일본은행도 이러한 기조에 부응하여 장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결국 일본의 장기 저금리는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기부양이라는 정책 목표,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및 과잉저축이라는 구조 요인, 그리고 국내 자금으로 부채를 충당할 수 있는 금융환경이 맞물려 가능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오랜 기간 금리를 낮게 동결해 둔 결과 부작용도 누적되어 왔으며, 이는 뒤에서 살펴볼 일본의 부채 구조와 향후 위험 요인과도 연결됩니다.
2. 잃어버린 30년: 버블 붕괴와 장기 침체의 전개 및 부채 구조 분석
일본을 비롯한 G7 국가의 1인당 GDP 추이 (1990–2023, IMF 전망 포함). 일본의 1인당 GDP(빨간색)는 1990년대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고 정체된 반면, 미국(주황색) 등 다른 주요국은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 이러한 정체는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간 침체 국면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저성장과 물가 하락에 시달렸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호황을 누리던 일본 경제는 1990년을 정점으로 자산 거품 붕괴를 맞았고, 그 여파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경제 침체에 빠졌습니다.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고작 1.14%에 불과했고, 2000년대에도 평균 1%대 성장에 머물러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부진했습니다 .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아 만성적 디플레이션 상태에 놓였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는 대신 현금을 쌓아두면서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
그 결과 국민들의 실질 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했고, 소비 부진이 이어져 경제 활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들이 겹쳐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거품 붕괴 후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NPL) 문제로 신규대출을 줄였고, 기업들도 과잉 부채를 갚는 데 집중하느라 투자를 축소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부채를 갚는 데 주력하면서 기업투자가 GDP 대비 22%포인트나 감소했고, 민간 부문의 수요 위축을 정부 재정지출이 떠받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 은행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을 구제했지만, 이는 결국 정부 부채의 급증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9차례에 걸친 대규모 재정지출 패키지를 시행한 것도 국가 채무 누적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
이처럼 민간부문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나선 가운데 일본 정부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정부 부채 비율은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일본의 일반정부 부채는 1990년대 초 GDP 대비 60% 남짓에서 2013년경 240% 수준까지 폭증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 2020년대 들어서는 코로나 대응 부양책까지 더해지며 GDP 대비 260%를 넘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 2023년 현재 일본의 정부 부채는 약 **1.35경 엔(약 8.8조 달러)**으로,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정부 부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흥미롭게도 이렇게 부채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동안에도 일본의 국채 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일본 국채의 소화가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지고 일본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정부 부채의 상당 부분을 일본은행이 직접 매입함으로써 사실상 **재정적자 모네타이제이션(화폐화)**이 이루어졌고, 민간 투자자들도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인식하여 낮은 금리에도 계속 보유해 주었습니다 .
실제로 2010년대 들어 일본은행은 국채의 70% 이상을 매입하여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도 주로 일본 내 은행과 보험, 연금이 들고 있어 국채시장에서 해외 투자자의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 이 덕분에 일본 정부는 GDP의 2배를 넘는 빚을 지고도 낮은 금리로 추가 국채 발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일본 국채를 공매도해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 번번이 실패하여 “widowmaker trade”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로, 시장 예상과 달리 일본 국채 금리는 끈질기게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
다만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사이, 정부 예산에서 부채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초저금리 덕분에 이자지출이 세수의 10% 남짓이었으나 , 2023년에는 국채 이자 상환 등에 약 **예산의 22%**가 투입될 정도로 부담이 늘었습니다 .
이는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재정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잃어버린 30년 동안 누적된 거대 부채와 만성 저성장은 일본 경제의 구조적 약점으로 남아 있으며, 향후 금리정상화 국면에서는 이러한 약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위험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잃어버린 30년 현상의 시발점이 된 1980년대 플라자 합의와 자산 버블의 전개를 살펴보겠습니다.
3. 플라자 합의의 충격: 엔화 절상과 거품 경제 형성 및 붕괴
니케이 225 지수 (1965–2023).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겪었다. 그래프에서 보이듯 1985년 이후 니케이 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해 1989년에 사상 최고치(약 38,900)까지 올랐다가 거품 붕괴 후 1990년대 초 반값 이하로 폭락했다. 이후 약 30년간 1만~2만 선에서 정체되다가, 최근에서야 버블 당시 고점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G5 재무장관들이 모여 맺은 플라자 합의는 일본 경제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이 합의의 목표는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고 독일 마르크와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 가치를 절상함으로써, 막대한 미국 무역적자 문제를 시정하는 것이었습니다 . 합의 직후 미국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급격히 약세를 보였고, 일본 엔화는 달러당 240엔 수준에서 2년만에 120엔 수준으로 가치가 두 배 가까이 뛰는 가파른 엔화 강세(엔고)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
실제로 1985년 초 달러당 약 260엔이던 환율이 3년 만인 1988년 초에 125엔 근처까지 떨어져 엔화 가치는 100% 이상 상승했습니다 . 이처럼 단기간 내 기록적인 엔화 절상이 발생하자, 수출 의존도가 높던 일본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엔고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져 수출 감소와 기업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
엔고로 인한 경기 둔화를 우려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합의 이듬해부터 적극적인 경기부양 조치에 나섰습니다. 먼저 일본은행은 플라자 합의 직후 한때 금리를 인상하여 엔화 강세를 완화하려 했지만 효과가 미미하자, 곧바로 방향을 틀어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1985년 말 연 8%를 넘었던 콜금리를 1986~1987년에 걸쳐 연 3% 수준까지 낮추며, 시중에 과감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 이와 함께 일본 정부도 내수 진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건설경기 부양과 감세 등을 추진했습니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자금은 곧바로 자산시장으로 유입되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1986년부터 일본에서는 역사상 유례없는 **자산 버블(거품 경제)**이 형성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니케이 225 지수가 1985년 초 13,000대 수준에서 1989년 말에는 38,915까지 폭등하여 불과 4~5년 만에 주가가 세 배로 상승했습니다 . 부동산 시장에서도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의 지가가 급등하여,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1986년부터 거품 정점기인 1991년까지 5년 동안 75% 이상 폭등했습니다 .
“땅값이 너무 비싸서 도쿄 황궁 부지 면적만 팔아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당시 일본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고, 기업과 가계 모두 자산 가격은 계속 오른다는 과잉 자신감과 투기 심리에 빠져 있었습니다 . 이 시기의 과열된 경제 상황을 일본어로 **“バブル景気”(거품 경기)**라고 부르며, 이후 거품이 꺼진 뒤 일본인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자산 버블은 1990년을 기점으로 갑작스럽게 붕괴하고 맙니다. 일본은행이 과열된 자산시장에 대응해 1989년부터 급격히 금리를 인상함으로써(1989년 공공금리 2.5% → 1990년 6.0%),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조여졌기 때문입니다 . 금리 상승과 함께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시장 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1990년 한 해에 니케이지수는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폭락했습니다 . 부동산 가격도 1991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하여 이후 10년 이상 하락이 지속되었습니다 .
자산가격 폭락으로 엄청난 부실채권이 발생하자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기업들은 자산 손실과 채무 과중으로 도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랴부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조치를 실시했지만, 거품 붕괴 후유증은 너무도 컸습니다. 결국 이 거품의 붕괴가 앞서 살펴본 잃어버린 10년의 서막을 올린 것입니다 . 자산시장 폭락 → 금융위기 → 장기 침체의 고리는 이렇게 형성되었고, 일본 경제는 이후 오랜 기간 회복하지 못한 채 저성장·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면, 플라자 합의는 엔화 가치를 급등시켜 일본 내 초저금리 정책을 유도했고, 그로 인한 과잉유동성이 1980년대 후반의 버블 경제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버블의 붕괴는 일본을 장기 침체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플라자 합의의 결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일본 경제 구조에 남긴 흔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일본이 왜 독특한 정책 조합(초저금리, 양적완화 등)을 쓰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배경이 됩니다.
4.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그 효과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행은 전례 없는 수준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경제 부양을 시도해 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제로금리 정책(ZIRP)**이 1999년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2001년에는 시중은행의 당좌예금 잔고 목표치를 설정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 2000년대 중반 잠시 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를 소폭 올리기도 했으나(2007년 정책금리 0.5%),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금리를 0%로 인하하고 추가 완화에 나섰습니다 .
2013년 아베 신조 정권 출범과 함께 일본은행 총재로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는 **양적·질적 금융완화(QQE)**를 선언하며 중앙은행 정책을 한층 공격적으로 전환했습니다 . 일본은행은 시장에서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장기국채까지 매입을 확대했으며, 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까지 매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비전통적 수단도 동원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행의 총자산은 급증하여, 현재 일본 GDP의 배 이상에 달하는 채권과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일본은행이 한 발 더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NIRP)**을 도입합니다. 시중은행들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초과지준에 **-0.1%**의 금리를 부과하여, 민간 금융기관이 돈을 묶어두지 말고 대출과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 같은 해 일본은행은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도 발표하여, 10년물 국채금리를 0% 부근으로 목표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장기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을 쓰며 국채금리 상한을 직접적으로 통제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일본 내 금리 수준 전반을 억누르고,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물가상승 기대로 바꾸려는 의도에서 시행되었습니다 .
일본은행의 이 같은 초강경 완화정책들은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계와 부작용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장기간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채금리를 초저 수준으로 안정시킴으로써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 정부 입장에서 국가부채가 250%를 넘어서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재정에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강제로 낮춰주니 부채 관리에 숨통이 트인 면이 있습니다 . 일본은행의 저금리 정책 덕분에 정부는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국채 이자율을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했고, 결과적으로 부채 이자상환 부담을 덜어준 것입니다 .
이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일조했고, 금융시장에서도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은 **엔저(엔화 약세)**를 초래하여,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 2013년 이후 아베노믹스 기간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며(달러당 엔화 2012년 ~80엔 → 2015년 120엔대), 도요타 등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일정 부분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물가 상승과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일본은행은 2013년에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처음 도입한 이래 수년 내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의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2% 물가목표는 단 한 번도 달성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오히려 장기간의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은 금융시장의 왜곡을 가져와,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사라지고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시중 은행들은 만성적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수익 압박을 받았고,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은 운용이익을 내기 어려워졌습니다. 일본은행이 국채 대부분을 사들이다 보니, 정작 시장에서는 국채 거래량이 급감하여 가격 발견 기능이 저해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일본 최대 은행인 미츠비시UFJ은행이 “일본은행의 국채매입 남발로 시장 기능이 망가졌다”며 국채 딜러직을 포기하려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
무엇보다 핵심 목표였던 경제 활력 제고에는 일본은행의 실험들이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막대한 통화 완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평균 1% 내외에 머물렀고, 잠재성장률의 상승이나 임금의 지속적 증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한마디로 **“유동성 함정”**에 빠진 일본 경제에서 중앙은행의 돈 풀기는 한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2020년대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파도로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4%까지 올랐지만, 이는 외부 충격에 따른 것이지 내부 수요가 견인한 결과는 아닙니다. 오히려 2022~2023년에 물가가 오른 국면에서도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아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가계의 체감경기는 나빠졌습니다. 이에 일본은행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일본은행은 약간의 정책 조정 신호를 보이고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제로금리와 YCC 정책을 지속하며 서서히 출구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새로운 총재인 우에다 가즈오도 “급격한 긴축보다는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일본의 금리 정상화는 매우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
요약하면, 일본은행의 지난 수십 년간 금융완화 정책은 디플레이션 심화를 방지하고 금융위기를 막는 안전망역할을 했지만, 경제 체질 개선이나 지속적 성장 회복에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 이는 중앙은행 정책만으로는 인구 구조나 생산성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5. 일본의 가계·기업·정부 부채 구조와 향후 금리 인상의 영향
일본의 부채 구조는 가계보다 기업, 그리고 특히 정부 부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여타 선진국들과 다릅니다. 전통적으로 일본 가계는 높은 저축률을 보여왔고 부채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가계는 위험자산 투자에 보수적이어서 한국이나 미국처럼 가계부채 문제가 거시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진 않았습니다.
기업 부채의 경우, 1980년대 거품기에는 부동산 담보대출과 설비투자 등으로 크게 늘었으나 버블 붕괴 후 상당 부분 정리되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1990~2000년대에 걸쳐 디레버리징을 적극 추진하여, 현재는 많은 기업이 순현금 보유상태이거나 부채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 역설적이게도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둔 것이 일본 경제의 저성장을 가져왔지만, 그 결과 기업 부문의 부채 리스크는 완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정부 부채는 앞서 본 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일본 부채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이 되었습니다. 2025년 현재 일본 정부의 부채는 GDP의 약 2.6배로, 부채비율만 보면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국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명목상의 위험성을 드러낼 뿐, 시장에서는 일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합니다. 그 이유는 일본 부채의 질적인 구조에 있습니다. 일본 국채의 대부분이 엔화 표시 국내채무이고, 해외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
앞서 언급했듯 약 70~80%의 국채를 일본은행과 국내 금융기관들이 들고 있으며, 외국인이 보유한 중장기 국채는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설령 국가신용등급이 하향되거나 대외 부문 충격이 와도 일본 국채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지는 빚은 자국 통화로 발행된 부채이므로, 최악의 경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갚을 수 있다는 암묵적 믿음도 있습니다 . 실제로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 매입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자만 잘 지급하면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사실상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 부채 구조의 장점은 안정성입니다. 일본처럼 정부 부채가 크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소화되는 경우, 일시에 자본유출이 일어나거나 국가부도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일본 국채 금리는 정책적으로 억제되고 있고, 수요 기반도 탄탄하여 “만성 적자국이지만 안전자산”이라는 특이한 지위를 누립니다 .
또 한 가지 장점은 일본은행이 국채 최대 보유자인 만큼,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의 상당 부분이 다시 중앙은행 수익으로 환수되어 정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중앙은행이 정부의 자회사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정부 부채의 상당 부분은 영구적으로 상환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일명 MMT 이론 등에서 일본 사례를 들곤 합니다).
그러나 일본 부채 구조에는 중대한 위험과 단점도 존재합니다. 우선, 고령화로 국내 저축이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일본 국민들은 오랫동안 높은 저축률로 정부 부채를 뒷받침해왔지만, 고령 인구가 늘면서 연금생활자들이 저축을 까먹는(디세이빙)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 앞으로 국내 자금만으로 정부의 대규모 적자를 충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일본 국채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낮은 금리를 강제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또한 일본은행의 막대한 국채 보유는 정책 출구전략의 딜레마를 낳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거나 보유 자산을 축소하려 할 때 국채 시장에 충격을 줄 우려가 커서, 정책 정상화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행이 시중에 푼 유동성이 언제까지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국내 요인으로든 해외 파급으로든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국면이 오면,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때는 거대한 부채 탓에 일본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 금리가 1~2%p만 상승해도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은 지금의 몇 배로 커져 재정을 압박할 것이고 , 이는 다시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로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향후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면, 일본의 부채 구조상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우선 정부는 늘어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증세나 지출삭감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정부 예산에서 부채 서비스 비용이 20%를 넘는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다른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소비세 인상과 같은 조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경제에 긴축 효과를 미쳐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금융기관들은 보유한 국채의 평가손실에 직면할 것입니다. 장기간 금리가 낮을 때 발행된 국채들의 가격이 금리 상승 시 크게 떨어지므로, 일본은행과 시중은행 모두 회계상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행은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어 당장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을 수 있고, 시중은행들도 대부분 보유 국채를 만기보유증권으로 처리하고 있어 단기에 금융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
게다가 일본 국채 평균 만기는 9~10년에 달해, 금리가 올라가도 기존 채무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영향이 서서히 나타날 것입니다 . 이는 일본 정부가 급작스런 금리상승 충격을 완화할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입니다.
금리가 올라갈 때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엔화 가치와 자금 이동입니다. 일본의 초저금리 기간 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엔화를 빌려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발히 해왔습니다. 만약 일본 금리가 상승하고 엔화 강세 전환이 예상되면, 이러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오거나 해외자산에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신흥국 자본시장에는 유동성 축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엔화가치 상승은 일본 수출기업들에 부담을 줄 것이나, 반대로 일본 내 수입물가를 낮춰 가계에는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 가계 입장에서는 장기간 거의 0에 수렴했던 예금금리가 오랜만에 상승하여 금융소득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됩니다. 물론 금리 상승 자체는 차입 비용을 올리므로 기업 투자에는 부정적이지만, 일본 기업들은 이미 보수적으로 부채를 억제해 왔기에 투자 위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종합하면, 일본의 부채 구조는 **“높은 정부부채 – 낮은 가계부채 – 기업의 낮은 투자수요”**로 요약되며, 이러한 구조하에서 금리 인상은 주로 재정과 금융부문을 통해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점진적이고 신중한 금리정상화가 이루어진다면 일본은 서서히 그 충격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지만,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 급등이나 시장 신뢰 이탈로 금리가 급등할 경우 상당한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정책당국은 작은 신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부채관리와 통화정책의 균형을 맞추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6. 한·미와의 비교: 금리·통화정책의 차이와 투자 시사점
일본의 장기 저금리 현상은 한국이나 미국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초 볼커 쇼크 이후로 물가안정을 최우선시하여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다가, 2000년대나 2020년 전후로 경기침체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저금리를 활용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때 연준(Fed)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도입했으나,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면 재빨리 금리를 인상하여 정상화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책금리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인상되어 2019년엔 2%대를 회복했고, 최근 인플레이션 폭등 국면에서는 20222023년에 걸쳐 단기간에 5% 이상으로 급격히 올랐습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에 있어 비교적 물가 및 금융안정 목표에 충실하여, 2000년대 이후 기준금리가 대체로 25% 범위에서 움직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와 코로나 시기에 한시적으로 1% 이하 초저금리를 경험하긴 했으나, 경기 반등 국면에서는 곧장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2023년 현재 약 3.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금리 정책을 운용해왔기 때문에, 일본처럼 금리를 장기간 0% 부근에 묶어두는 전략을 택하지는 않았습니다 .
이러한 금리 운용의 차이는 경제 구조와 상황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한국과 미국은 일본에 비해 인구구조가 양호하고(일본 고령화율 29%, 한국 18%, 미국 17% 수준 ), 혁신 산업의 성장세가 견조하여 잠재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IT 및 서비스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지며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시장 상황을 장기간 유지해 왔고,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여 내수 기반이 탄탄했습니다.
그만큼 통화완화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일본보다 적었고, 오히려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국 역시 2010년대 반도체, 전기전자, 플랫폼 비즈니스 등 신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수출 증가와 성장을 이루었고, 인구 고령화 속도는 빠르지만 아직 노동공급 여력이 남아 있었습니다 . 또한 한국은 일본의 1990년대와 달리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지 않았지만, 대신 최근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 문제되었습니다 .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오히려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억제와 자산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했습니다. 요컨대,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춰야 했던 반면, 한국과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금융불균형을 막기 위해 금리를 정상화하는 경향을 보여온 것입니다 .
통화정책 기조도 일본은 초완화, 한·미는 완화와 긴축을 교대하는 사이클이 뚜렷합니다. 미국 연준은 물가가 안정적이면 경기부양을 도모하지만, 물가 위험이 커지면 언제든 긴축으로 선회하는 양면성을 가집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았던 탓에 2% 물가를 달성하기 전에는 절대 긴축하지 않겠다는 일면성에 가깝습니다. 한국은행은 연준의 흐름을 주시하면서도 국내 거시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대응하는 중간자적 스탠스입니다.
예컨대 2022년 이후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때, 한국은 미국을 따라 비교적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지만 그 폭과 속도는 좀 더 완만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이 기간에도 금리를 동결하고 YCC 완화를 최소화하는데 그쳤습니다 . 그 결과 2022~2023년에 엔화 가치가 큰 폭 떨어져 달러당 150엔 근처의 엔저가 왔고,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였으나 엔화보다는 덜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국제 투자자들의 시각에도 반영됩니다.
일본은 초저금리 지속으로 엔화 약세와 국채 금리 통제가 확고하니 엔 캐리 트레이드 등 저리 차입의 통로로 인식되고, 한국은 그보다는 금리가 높으니 일본 자금이 한국 채권으로 유입되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투자 시사점 측면에서, 일본의 특이한 금리 환경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기회와 위험을 모두 제공합니다. 우선, 엔화 약세와 일본 주식시장 부흥 가능성입니다. 장기간 침체했던 일본 증시는 2020년대 들어 해외 자금의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Warren Buffett 등 거대 투자자들이 일본 상장기업에 대거 투자를 늘렸고, 니케이지수가 2023년에 30년 만에 버블기 고점을 돌파하는 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도 있지만, 초저금리로 대체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영향도 큽니다.
일본 채권의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우니,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일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갑작스럽게 올리지 않는 한, 일본 주식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다만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환차손 가능성이 있으므로, 엔화 헤지 여부를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일본의 금리 인상 전환 시그널이 포착되면 투자 전략을 재편해야 합니다.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는 글로벌 자산시장에 상당한 파급을 줄 수 있습니다.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므로, 그동안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은 청산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이는 신흥국 등으로 흘러들어갔던 자금이 회귀하거나, 달러화 강세 흐름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등 타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도 국제 포트폴리오 조정에 중요 변수가 됩니다.
또한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일본 국채(Yield)가 매력적으로 변해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다시 담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거의 금리가 0라 외면받았지만, 만약 10년물 국채금리가 1~2%대로 올라온다면 안정자산 선호 자금이 일본으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등에서 일부 자금을 빼가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 글로벌 채권시장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의 사례는 경종과 참고점을 함께 제공합니다. 일본처럼 장기 침체와 저금리에 빠지지 않도록 구조개혁과 생산성 향상의 노력이 중요함을 일깨워줍니다. 동시에, 만약 한국도 향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일본식 저성장 국면을 맞게 될 경우 통화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 한국의 국가 부채비율은 약 50% 수준(GDP 대비)으로 일본에 비하면 양호하지만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도 일본의 예가 보여줍니다 .
투자자는 국가별 경제 사이클의 차이를 인지하고, 너무 한쪽국가에 자산을 몰아넣기보다는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본, 한국, 미국 세 나라의 금리와 통화정책 차이는 각 통화(엔·원·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치므로, 환율 변동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엔저 현상 때 엔화 표시 자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환손실을 크게 봤지만, 2023년 이후 엔화가 반등할 경우 상황이 반전될 수 있습니다. 결국 거시경제 흐름과 통화정책 방향을 잘 살펴서 환헤지 전략과 자산배분을 동적으로 가져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어떻게 왔나?
- 이 보고서는 일본의 거품 경제 붕괴 이후의 경제 정책과 그로 인한 장기 불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 한국은행
서울경제 기사: 무섭게 늘어나는 日 국가부채…1인당 1000만엔 첫 돌파
- 이 기사에서는 일본의 국가 부채 증가 현황과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다루고 있습니다.
- 서울경제